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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우와 벌떼

<폭풍우와 벌떼>

잔디는 푸르고 주섬주섬 소나무는 커다랗고
아이들의 간지럼을 타고 머리가 벗어진 뫼똥은 까까중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래도록 커다랗고 평평한
반석의 쓰임새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이 언덕은 마을과 비스듬히 엿보고 있는 듯하며
또는 한쪽 팔로 껴안고 있는 듯도 한데 적이 포근한 감은 있었다.
때로는 아이들의 전쟁터였고
개나리며 진달래 따위가 만개한 화원일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잠자리며 나비, 메뚜기가 날거나 뛰기도 하였고
어딘가에는 뱀과 벌집이 숨어있는 무서운 곳이기도 했다.



<저녁>

저녁 먹는 시간이란
해 질 녘이면 으레 어느 집이고 할 것 없이
아궁이에 불을 지폈고 밥을 지었다.
소와 염소는 야산이나 논밭 등 잡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매어두었고
해 질 녘이면 다시 집으로 끌고 오는 것이었다.
대게 그때 즈음…

어느 날 여전히 별이 빛날때

신작로에 불을 피웠다.
모닥불을 쬐며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 먹었고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막차였다.
커다란 헤드라이트 불빛을 반사하며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남아있던 석유와 땔감들을 모닥불에 털어 넣었고
순식간에 활활 타오른다.
"튀어"
논두렁 사이를 달리기 시작한다.
조급해지자 논둑에 몸을 숨겼고
버스는 불길 앞에 멈췄다.
"......"
"깔깔깔"
"기사 아저씨 내렸다."



- story 2

보리밭이었다.
전봇대 사이를 겨우 날아올랐고
그때는 구름이 조금 끼었거나 약간은 더운 날이었다.
종달새가 우는 봄.
그가 기억하는 봄날이었다.
호감이 가는 아가씨나 그녀 그리고 어떤 연인들은
그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달래 향 짙은 보리밭 길을 거닐어 보거나
손을 잡거나 기대어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탐사선>

지구는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들의 관심사는 새로운 지구의 발견과 이동수단이었다.
시공간을 어떻게 초월할 수 있을까?
문제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극복해야 한다.

이들의 순간이동 기술은 오차범위 ±1%의 정확도였다.
따라서 정확한 목표지점을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몇 달에서 몇 년을 헤매어야 했다.



<수수께끼 행성>

이 행성은 여러 개의 태양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시각은 퇴화하여 색채감각이 미흡했으며
조형물의 형태 감각이 뛰어났는데 섬세하면서도 웅장했다.
다른 행성에서는 이곳을
‘미지의 땅에는 환상이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어둠의 행성>

이곳은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이다.
그들의 태양을 잃어버리면서 떠돌이 행성이 되었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광원이 행성을 뒤덮고 있었다.
지역마다 건물마다 고유의 빛깔을 이용하였다.
그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고 아름답게 보였다.
다른 행성에서는 이곳을 어둠의 천국이라 불렀다.



<우담바라>

나즈막한 언덕이 있었고 골짜기가 있었다.
어디선가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대지와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에 연못이 있고
연애하듯 다소곳이 테니스코트가 자리하고 있다.
주위는 물먹은 듯 푸름이 활개 치고
화창한 봄 날씨는 들뜨고.
그날은 연못 어디쯤인가에 앉아 정취를 감상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샤라포바였고 테니스를 즐기던 동료였다.
짧은 치마에 굵디굵은 다리가 우스꽝스러웠는데
뽀얀 보조개가 그녀를 꽃으로 변화시켰다.
스피커에서는 유행가요가 흘러나왔고
그는 그 뒤로도 쭉 그 노랠 사랑했다.
떠나온 지구는 잊히지 않을 듯 어지럽고
그날의 그는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제군들 맡은 임무에 충실할 것!"
그렇게 탐사선은 제2의 지구에 연착했다.



<우담바라-psychedelic>

나즈막한 언덕이 있었고 골짜기가 있었다.
여린 그 물줄기는 연못으로 흘러들었고
다시 도랑을 타고 흘러내렸다.
언덕과 수목은 수줍은 듯 홀린 듯
또랑은 테니스코트를 휘감고
그는 연못 어디쯤인가에 앉아 정취를 감상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샤라포바였고 이따금 마주치곤 하였다.
짧은 치마에 간결한 옷차림이 산뜻해 보였고
가끔 생겨나는 보조개는 그녀를 꽃으로 변화시켰다.
스피커에서는 유행가요가 흘러나왔고
그는 그 뒤로도 쭉 그 노랠 사랑했다.
나팔소리는 풍요롭게
보일 듯 말 듯 한 눈빛은 눌러쓴 모자에 가려졌다.
"제군들 맡은 임무에 충실할 것!"
그렇게 탐사선은 제2의 지구에 연착했다.
이 행성을 샤라포바라 이름 지었다.



-

구름은 이리저리 저울질하듯 흘러가고
바위산의 산뜻해진 바람은 미끄러지듯 내달리며
소심한 골짜기는 재잘대며 온갖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음유하는 詩는
꿈틀거리는 봄기운을 잡아보겠다며
기억을 덧씌우며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을 보낸다.
기억보다는 눈앞의 상냥함이 진정 봄인가.
향긋함은 순간이 최선이란 걸 증명한다.
거칠 것이 없는 발랄한 꽃과 한 줌의 꿀을 따는 벌과
무엇이든 감싸 안아 주겠다는 하늘.
그것을 가로지르는 사유 속에서 봄은 예술의 순간성을 담아낸다.



<샤라포바 행성>

"우린 영웅이다."
그의 목소리는 고요히 울려 퍼져 제군들의 귀를 울렸다.
그들의 호흡을 가다듬어 주는 것은 바람이었다.
하늘엔 별이 있고 다시 날이 밝아 오는
지구가 주는 푸근함 그대로였던 것이다.

우주의 끝은 어딜까?
우주는 떠돌고 있다.
끊임없이 팽창하면서 그 끝은 또다시 팽창하고
결국에는 추측 불가.
어쩌면 모든 지적 생명체가 소멸하는 순간 멈추겠지…
그의 가슴은 우주를 꿈꾸었다.



<수수께끼 행성>

웅장한 건물 위로 태양이 떠올랐고
또 다른 건물 사이에 또 다른 태양이 걸쳐 있었다.
어떤 태양은 저물어 갔고
두 청년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광인걸. 이곳은 매혹적이거든"
"나는 떠나고 싶다. 내 꿈에 이곳은 어울리지 않아!
가끔은 올려다보고 싶기도 하거든…"
투명한 옷과 몸체를 꿰뚫는 빛은 연한 그림자가 되어 나풀거렸다.



-

회귀하는 것은 때때로 흥분을 가지고 돌아온다.
새로운 과거 즉 미래에 대한 긍정이었으며
소나기를 만난 벌떼처럼 어쨌든 시끄럽기 때문이다.

그것의 이미지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
밤하늘은 눈과 마음의 별을 보라며.

욕망은 뜨겁고 욕심은 넘치나
우리가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 아닌 욕망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갈망>

심연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곳은 은하계
또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끝없이 추락하는 별의 바다.
타들어 갈수록 빛을 발하는
그 절박한 도피 속으로…



<메밀벚아까시>

벚꽃이
외로이 비를 맞는다.
뒷밭.
메밀꽃과 닮아 있다.
야릇한 젖살 같은
보조개 빛 눈이 쌓였다.
그곳에 벌이 난다.

비가 올 때면
취하게 되는 꽃
아까시아 꽃내음이 그리웁니다.



<싸라기>

희고 푸른 그리고 멍울이 진
비처럼 내리는 눈꽃
안개를 잔뜩 머금어 눈썹이 시려오는 꽃



<녹차밭>

산들산들

바람을 녹이는 시선들.
하늘은 높지 않고
바다는 멀지 않은
저곳 능선의 소나무 한 그루…



-

바라다봄의 중독.
여가로서의 바라다봄은 아닙니다.
멋들어진 경치가 아니죠.
불확실한 바라다봄.
오래도록 머물지 못하고 언제나 그곳에 있지도 않고
그러나 정작 마주치게 되면 바라볼 수 없게 되죠.
욕망과 행동의 아이러니함.
그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방어수단이기도 합니다.
침입할 수 없는 서로 간의 서성거림.
이야기는 이때부터입니다.
그가 그려왔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테니까요.




-

당신은 어째서 떠났죠?
그녀 또한 당신 곁을 서성였을 테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랬었죠.
이유야 어쨌든 저는 그때 어렸어요.
낭만은 비극적이죠.
그러나 현실은 꿈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어차피 결과는 같아지는 것이에요.
결국, 이런 겁니다. 미완일 때가 더 아름답거든요.

뒤돌아보세요.
당시의 이미지 속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어요.



<어둠의 행성>

시간이 지날수록 빛의 활용이 더더욱 증가했다.
이제 대낮이 될 정도로 밝아졌다.
"이런 빌어먹을"
이제는 아늑하고 로맨틱한 그때의 느낌이 나지 않는단 말이야.
타 행성을 여행해 보라고
그러면 예전의 이곳이 얼마나 분위기 있었나 새삼 그리워진다네.
그곳 행성은 낮과 밤이 있었는데
밤이 되면 우리의 행성을 볼 수가 있었어.
그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지.
저곳이 당신의 고향인가요.
아름답군요.
무지개가 사는 마을 같아요.
저곳은 천국일 겁니다. 어둠의 천국 말이죠!



-

자리를 조금 옮겼군요.
며칠 전엔 연못에 비췄거든요.
당신의 고향은 한번 떠나면 쉽게 찾아가기 힘들지 않나요?
변수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고
더군다나 당신의 고향은 떠돌고 있으니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요.
네 그렇기야 하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떠나올 때죠.
찾아가는 것이야 즐거운 일이니까.
뭐 저는 그렇습니다. 언제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시가 울고 간…>

보면 슬프고 헤어지면 그리운
파란 눈으로 바라보는 그을린 풍경은
집시가 울고 간 눈물의 바다.
그 사해의 연못에
눈물로 길러진 꽃이 피었네!



<매번 앓다가는 계절엔…>

망설이지 말아요.
마음에도 꽃은 피겠죠.
설레지도 말아요.
어차피 가는 계절인걸요.

매번 왔다 가는 그 꽃도 가슴 저며 피거든요.



<아까시아 꽃잎이 질 때>

지는 꽃잎 뭐가 아쉬워
향기 갈 줄 모르시나요.

(피고 또 피는 계절 따라 흘러가옵니다)

사연 없는 꽃잎
향기가 깊진 않겠지요.
(다만)
깊어질 향기가 설레어 나부낄 때
또다시 눈물짓는
다시 찾아오는 계절엔 사연이 있어.
먼 옛날에도 아쉬웠던
흘러
피는 사연에
지는 꽃잎 뭐가 아쉬워 잊힐 줄도 모르시나요.



<만화경>

멍든 순수의 교차점을 따라 태양이 뜬다.



<음유詩>

몰라보는
꽃이라면
연민마저 모르는 척.
차라리 차라리
들에 핀 꽃이라면

이 몸 초라한들 어떠리.





<들녘>

온통 물이든 들녘에
여기저기 잠자리며
뛰었다 말았다 야단법석인 메뚜기며
너울너울하는 따가운 볕에 벼도 그만 고개를 숙인다.
할 일이 없어 보이는 허수아비도
먹을 것이 많은 참새도
새참 막걸리에 취해버린 농부도 가을 들녘 따가운 풍경이네!



<달마도>

은은한 달빛이 그를 보필하니
수고로운 눈빛이 지칠 줄도 모른다.
덥수룩이 처진 세월의 흔적이
풀벌레도 놀라지 않을 만큼 멋스럽다.
문고리를 닮은 귀걸이가
그가 세속을 등졌다고 말할 수 없다.
숱한 번뇌를 바람에 날려버린 눈빛이 은은한 달빛을 닮았다.



<목동>

초원을 벗 삼는 목동에게
노래는 늘 한결같고
밭을 가는 구름은 떠다니고
수많은 별은 오늘 밤에도 총총히 빛날 것이지만
때로는 그 고독에 취해
그대는 그리움을 부르네.
봄은 찾아오고
내줄 것이라곤 침묵의 무게를 안겨주는 것만 같아
노래는 늘 한결같고
밭을 가는 구름 떠다니고
수많은 별은 오늘 밤에도 총총히 빛날 것이라고.



-

하늘을 보아도
나를 잊지 못하고
내 못된 버릇도
나를 잊지 못한다
담을 수 없는 그림에 내 몸이 떤다
音과 볕은 날고 바람은 말한다
그대는.



<오작교에 부치는 편지>

깊은 밤
별을 품고
어느 해 이별을 고하던 달님같이
해마다 찾아오는
직녀와 어느
은하수 퍼런 하늘에
까마귀는 부시시
지는 별은 소곤히
훗날 철 지난 사람들은 아련함을 가꾸고 있었다고 하네.
깊은 밤 별을 품고 어느 해 이별을 고하던 달님같이.




<너나들이 산골>

외진 산골 마을 아이들에게도 여름을 나는 방법은 있었다.
자랑스럽게 우거진 나무가 있고 굽이치는 시냇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늘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매몰차게 울어대는 매미와 친구가 될 수밖에 없고
물놀이를 할라치면
갑작스럽게 나타난 뱀을 보고 달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내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었다고는 해도
구불구불하고 길어서 놀러 나가는 것도 일이었다.
너무나도 높아 보이는 산은 단단히 마을을 품고
지나가는 구름은 산에 걸려 쉴 때도 있다.
산 중턱까지는 작을 하는 밭이 있고
토끼덫을 놓기 위해 좀 더 높은 곳까지 가본 적이 있다.
이 산을 넘어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무지개마을이 있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소년에게는 자꾸만 가슴속에서 맴돌았다.
하루는 몇몇 아이들과 작정을 하고서 무지개마을을 찾아가자고 입을 모았다.
점심을 든든히 먹은 후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밭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얼마 동안 가야 할지 또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었기에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도 싶었지만
가다 보면 무지개마을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점점 깊은 산길로 빠져들었다.
해가 기울어질 때쯤
삐져나온 나뭇가지와 거미줄은 더욱 거칠게 훼방을 놓아 기운이 빠질 대로 빠졌다.

골짜기를 넘어서니 능선을 따라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저기 좀 봐!”
소리를 지르며 숲을 헤쳤다.

내달리며 바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언덕 아래로 옹기종기 마을이 있고
노을은 첩첩이 쌓인 산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소년은 그 순간 힘껏 소리를 질렀다.
“무지개다!”




<상사화 相思花 >

이미지 첫 번째
‘위태롭다’
한때는 우주를 품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별 하나 지는 것도 아깝다.

‘놓치다’
아라한의 미소는 각각의 사연이 녹아있다.
그들도. 그럼에도…
[                                                  ]

‘간직하다’
그들의 티 없음을 바라보는 무심함은
되려 어쩌면 좋을까
想은 무한히 자유로워 괴롭다.
소박한 마음이면 돼…
언제라도 알록이던 속아를…

‘잡다’



<다시>

느릅나무 씨앗
살짝
입가심하고

알 듯 모를 듯
갈대
쑥새들 오간다

분주한
잎사귀
가벼이 떨며 날며

담벼락
호박은
하릴없이 나른하다

이 가을 겨울에도

덩그렇게
춥고 메마른 가지에
고치 춤추며

동심은 언제나

뜰에 산에
냉이
새초롬히 비집고

쌉싸름한 바람에도 봄꽃은

나비와
벌과
새들과
너스레
수줍고
화사하게

다시



<몽상 스케치>

가을 개나리
우두거니 길가에
나도 노래졌지!
바람닢 지면서…
너도나도 우두거니 길가에
철망을 뒤집어쓴
노을 같은 유리알
대롱이 그림자를 새기며
침을 뱉는 아이
웃고 떠드는 아이
쉼 없이 굴러가는
어제랑은 또 다른
사랑도 시도 씻어버려야 한다.
바람은 머릿결에
느네늬들의 속삭임은
뱅글뱅글 도는 혼란
저기 잎들처럼
머릿속을 태워버렸지.
목을 축이고 자전거는 휙 지나간다.
어스름히 나뭇가지는 나를 쓸어 담는다.
둥둥 뚜벅뚜벅.
어째서 나는 힘겨워하는 리듬을 사랑하고 있을까…
거센 파도는
일렁인다는 이유만으로 뚜벅이 알랑거림을 바라본다.
몹시 풍요로운 한 계절 동안
신비로움에서 경멸로 다시 씻고 채색하며
어떤 무모함에 이끌려 이 계절을 사랑할 수 있었다.
이 도시도 이 거리도 이런 익숙한 뚜벅거림으로
날름날름 빛의 도시는 가고 있다.
하루 동안의 빈정거림으로
거짓 언어와 거짓 속삭임을 조롱하며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이내 봄볕이 오면
나는 다시 이 계절을 그리워하겠지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변함없는 피사체를 붙잡고
나를 사로잡은 장대한 그것이 뭉쳐버린다.
폭풍우를 뚫고 해가 잠식하는 떠오름을 이야기하려 한다.
뭉게뭉게 꿈틀대는
피에로의 칼부림은 푹신하고
빛을 받고 늘어진 길쭉한
빨갛고 파란 넷 다리.
그 외침을 더 큰 외침으로 지우면서
흔들리지 마! 흔들리지 마!
씁쓸한 향기에 중독된 무지개처럼
늘어선 달빛 잎들.
문득, 우주여행을 하고 있을까…
오늘 하루 하늘은 희다.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 별의 문자
저렇게 쉬운걸…!
그럴 바에 떠돌아 버리는 우주가 와닿고
저들은 가볍게 무지개 별풍선을 꿰뚫어 버린다.
나도 가볍게 바다로 뛰어들 듯이
그곳에는 비밀스러운 낭만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위로! 위로! 위로!
뚫고 태양은 애절한 빛으로
젊고 아름다운 처녀를 불태운다.
갈증이 씻기고
외가지 나무의 나비는 활기차다.
날아라! 한 닢, 두 잎



<이어도>

개미허리의 우아함을
그 길을 따라 산허리에 피어오르는 연기
어쩌면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이것은 개미허리를 관통해 들어가는 검은 햇빛인 양 어떤 무엇이 아니라며 쿵쾅쿵쾅 소리 내는 광대한 울림 속에 호리병 같은 굴뚝을 떠올리며 유영하듯 좀 더 높은 곳으로 나를 안내하는 상상의 바다는 돛을 올리고 자유로이 구시렁대는 뱃사공의 흐름을 ‘나는 좋다’ 라며 막무가내로 즐기며 이제는 점점 흩어지는 구름을 따라 '자네도' 날리라며

외쳐라! 창공의 갈매기처럼.
수중으로 처박히는 먹잇감의 비애가 나를 거침없는 항해 속으로 이끈다.
흐려져라. 몰아쳐라. 구슬퍼라.
솟구치는 돛대를 따라
가거라 가거라 하거든 어디든 갈 것이며
붉어진 바다와 마주치면
떠오르는 별들의 이야기를 믿고
전설 속에 억지로 구겨 넣은 악마와도 손을 잡아라.
달빛의 영롱함엔 거짓은 없다.
그대의 헛된 개미허리에 둘러친 칼을 버려라.

세상 속에 뛰어든 물고기처럼
단지 그러할 뿐이라며
널 푸른 바다
어딘가 매혹적인 섬이 있기라도 한 듯이.



<꿈을 훔쳐 날으는 새>

고립된 황량한 시장 바닥에서 팔리지도 않는 생선을 배고픔에 뜯어먹고 있다. 주위로 몰려든 새들. 어떠한 살아간다는 위로 때문에 나눠 먹을 게 있다는 듯이 낡은 풍경 어딘가 앙상한 빛이 차오른다. 찬바람이 머물고 간 다시 찾은 가지 위로 어둠 속 새가 앉아 지켜볼 뿐 달이 쓰러져 노래는 끝나간다.



<삼각눈물>

달은 작아지고 작아지고
해는 뉘엿뉘엿 산을 등지고 사라졌다.
가려진 별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그 가녀린 달은 삼각편대의 호위를 받는다.
어두운 그림자는 침묵을 강요하고
어렴풋한 산등성이와 나뭇가지들은
지평선 넘어서까지 붉게 달아오른 별들의 세상.
그 달이 구름에 가려질 때면
초승달 깊은 곳 물고기 한 마리 지난날을 헤엄친다.



<처마밑>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전깃줄이 가로지르고 줄기는 뻗고
잎새는 그들과 나란히.
까마귀가 날아들고 하늘은 그들을 감싸고 있다.
언젠가 그 아래로 뛰놀던 아이들과
그 위로 날던 새들은
[                                                                                                      ]



   폭풍우와 벌떼   exiles    2014/09/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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