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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경
만화경 1. 만화경

언덕은 한가롭고
몇 그루의 소나무는 꿋꿋하다.

멍든 순수의 교차점을 따라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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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2. 음유시

몰라보는
꽃이라면
연민마저 모르는 척.
차라리 차라리
들에 핀 꽃이라면

이 몸 초라한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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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3. 담배

얼이
춤을 춘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혼이
지상의 구름처럼.
내가 상상하는 곳.
저 넓은 대지 위에 노닐다 사라질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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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4. 마귀

푸드덕.
침착한 날갯짓으로 하늘을 난다.
미처 날지 못한 새
저기 허수아비 삿대질한다.

아리송한 들녘 눈을 감고 나는 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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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5. 달마도

은은한 달빛이 그를 보필하니
수고로운 눈빛이 지칠 줄도 모른다.
덥수룩이 처진 세월의 흔적이
풀벌레도 놀라지 않을 만큼 멋스럽다.
돌아올 곳 있어 행복한 여행이라면
차라리 모험이라 말하고
돌아갈 곳 내 마음 한구석이 고향이라 말한다.
문고리를 닮은 귀걸이가
그가 세속을 등졌다고 말할 수 없다.
숱한 번뇌를 바람에 날려버린 눈빛이 은은한 달빛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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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6. 몽상 畵

상상 속에서 보일 듯한
그리울 수밖에 없는
푸름에 녹아드는 바람의 여유로움.

몽상이 침묵할 때 여백은 운치를 자랑하고 바람은 없는 듯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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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7. 한 폭의 그림자

가로수의 낭만은 길 위에서 한가롭기만 한 채
나르시시스트는 쓰러지는 태양을 벗 삼고
그림자는 내가 아닌 듯 더위를 식히는 매미 같다.

땅 위에 그림자가 설 때
나는 한 폭 가지를 친 꽃을 사랑한다.
머물 순 없다.
해 질 무렵 나르시시스트가 사랑한
그림자 나를 붙잡고
갈팡질팡하던
한 폭 가지를 친 꽃은 아주 길게 내 가슴속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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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8. 목동

초원을 벗 삼는 목동에게
노래는 늘 한결같고
밭을 가는 구름은 떠다니고
수많은 별은 오늘 밤에도 총총히 빛날 것이지만
때로는 그 고독에 취해
악마처럼. 그대는 그리움을 부르네.
봄은 찾아오고
내줄 것이라곤 침묵의 무게를 안겨주는 것만 같아
노래는 늘 한결같고
밭을 가는 구름 떠다니고
수많은 별은 오늘 밤에도 총총히 빛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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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9. 空

불어오는
바람은
어디로 갈까?
길은 흔적을 지우고 끝은 곧 시작이 된다.

空은 사건을 두지 않는다.
흐름만을 인정한다.
시간도 잠들 법도 한데 우리의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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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10. 원적산(圓寂山)

원적산은
心氣로 보는 산이더라.
머물 곳도
갈 곳도 없는 바람처럼
온기를 세상에 뿌리고는 체념 끝에 솟아나는 산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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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11. 竹

고요히 쌓여
지푸라기
누워 그리는 설밭.

그 길 발자국과 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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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12. 청담새

어느 날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 소리에
옷깃은 울음을 터트려 버렸죠
젖은 채 날아가
풀밭에 맺혀 말라버린 이슬지고 마음도 떠났죠

그때 보았던
기억나지 않은 하루
그 후 헐벗은 가지 위 언덕인 듯 잘못 기억하는 아지랑이
아무도 말하려 들지 않는 곳에서 혼자 떠들었지

어리석다 말하는 기억 속 들판은 아직 몽롱한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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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13. 순간

그것은
타는 가슴 견디며
꿈틀어 날아갈 한 줌의 연기 같은 것.
춤을 추듯 공허함을 휘감고
한줄기 빛을 타고 오르는 번뇌.

그것은 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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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14. 그 속에서

번개가
피를 흘리고
어둠은
잠들지 못하는 광기 속에
나비는 공허 속에서 춤을 추고
때가 아닌 줄 알면서도.
폭풍우를 기다렸다는 듯 비행하는 벌떼는 순수는 아름답다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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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15. 꽃이 별에게 바치는 시

검은색 눈이 나린다.
눈발은 허공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멈춰 버린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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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16. 별이 꽃에게 바치는 시

흐물거리던 바람이 녹아들고
오래전에 타버린
신기루 같은 물감이 번질 때

빛바랜 추억은
먼 곳에서 찾아와 여운만을 남겨두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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